★★★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추앙하는 명작을 읽고 나서, 그 명성만큼 대단한 감탄이 나오지 않으면 절로 눈치를 살피게 된다. 내가 뭔가를 놓친 건가? 이게 설마 전부인가? 하면서 말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 읽었을 때, 첫 느낌이 딱 그랬다.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이성적으로 알겠는데 와닿질 않는달까. 그에 반해 헤세의 또 다른 작품인 이 책은 꽤 명료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물론 중반까지 이 책을 고타마 싯다르타의 실제 삶에 관한 이야기로 착각하고 읽었던 탓에, 조금 혼선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싯다르타가 나아갈수록, 우리는 그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근원적 진리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그것을 인지하게 된다. 종교적 색채를 갖고도 일반인에게 수월하게 읽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이 아닐까?
우리보다 몇 수는 위에 있는 듯 느껴지는 싯다르타보다 왠지 모르게 고빈다에게 눈길이 가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쩌면 싯다르타보다 더 노력했지만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은 싯다르타에게 해답을 갈구했던 고빈다야말로 우리와 같은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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