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단 한 번도 옥수수가 전통적인 곡물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뭐 당연히 한국에서 유래한 음식은 아닐 수 있겠지만, 어쩌면 중국 혹은 유라시아 어딘가에서 시작되었고 지금껏 먹어온 음식일 거라 믿었다. 그렇지 않은가? 토마토나 파인애플? 이런 작물은 딱 봐도 이름부터 서양의 향이 줄줄 난다. 종종 먹긴 하지만, 양식 요리에서나 쓰일법한 이름이다. 그에 비해 옥수수는 어떤가. 누가 봐도 친숙하기 짝이 없는 이름 아닌가. 우리는 시골에 가면 큰 솥에 옥수수를 잔뜩 쪄주는 진부하지만, 전통적인 장면이 쉽게 머릿속에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인도 여행 중 만난 몇십 혹은 몇백 원에 불과한 군옥수수를 먹으며, 그건 꽤 섣부른 결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옥수수의 역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