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스꽝스럽지만 밉지만은 않은 그의 원칙
누구나 사람이라면 겉과 속이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인 '허삼관'의 특이한 점이라면 겉이고 속이고 간에 꾸밈없이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첫째 일락이에게 너는 내 친자식이 아니라서 국수를 사줄 수 없다고 선을 긋다가도, 결국은 일락이에게 국수를 사주는 부정을 드러낸다든가, 불만이 생기면 면전에다 대고 그대로 표출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 묘한 인물에 애정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은 그 가족적인 모습에 마음이 동요된다.
이 책의 매력은 이야기가 꽤 침울하게 흘러갈 것 같다가도 금세 극복해 내고, 곳곳에 해학적 요소가 숨겨져 있다는 것에 있다. '이젠 정말 큰일이 나겠군.'이란 내 생각을 번번이 깨부순다. 아마 나였다면 몇 명은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꽤 흥미진진하고 쉽게 읽히는 편이므로,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피를 파는 매혈 행위만큼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돼지 간볶음이다. 어찌나 맛깔나게 묘사되는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이후로 글을 읽다가 무언가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생긴 건 참 오랜만이었다. 얼마나 별미였기에 심지어는 그것을 먹기 위해 피를 팔 생각까지 했을까.
'책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리뷰] 무진기행 (1) | 2023.12.07 |
---|---|
[도서 리뷰] 별의 계승자 (0) | 2023.11.23 |
[도서 리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1) | 2023.10.07 |
[도서 리뷰] 새의 선물 (0) | 2023.09.27 |
[도서 리뷰] 시녀 이야기 (0) | 2023.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