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는 성숙할 것도 발전할 것도 없다면
다양한 자극적인 주제나 소재를 앞세우고도 흥미를 끌지 못하는 허울만 좋은 이야기가 있는 반면에, 크게 특색은 없지만 싱긋 웃음을 지으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새의 선물>은 후자에 속하는 소설이다. 60, 70년대에 흔히 있을법한 시대상을 잘 그려내면서, 누구든 살면서 겪었을 경험 혹은 생각의 편린을 아주 잘 짚어낸다. 예를 들어 비밀은 절대 보이기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와 공유되기를 간청하는 속성이 있다거나, 슬픔에는 단맛이 있어서 굳이 극복하고 싶지도 않다는 말은 우리가 한 번쯤 느꼈을 감정을 맛있게 잘 표현한다.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평론가도 만족하고, 대중도 만족할 만한 몇 안 되는 소설이랄까.
굳이 어떠한 과장도 없이 흔히 있었을 법한 여성 인물들이 중심으로 다채로운 속성의 인간을 보여준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사별한 뒤 아들만 바라보는 과부, 바람피우는 남자와 연을 끊지 못하고 사는 아줌마, 딸의 자식을 맡아 키우는 할머니, 그리고 철없는 젊은 여성까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담담하고, 그들이 어떠한 사회적 억압이나 구조에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후반부에서 화자가 말하듯, 어느 장소에서든 어느 세대에서든 반복되면서도 가장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낸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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