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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당신이 흥미를 느낀다면, 책을 읽기 전 당신을 자극했으리라 예상되는 몇 가지 키워드를 짚고 넘어가길 바란다. 일단 <1984>나 <멋진 신세계>와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적절하지 않다. 이 두 소설이 그리는 세계에 비해 <시녀 이야기>가 그리는 세계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지 않다. 혹은 페미니즘 소설을 원하는가? 그래도 역시 적절하지 않다. 책 표지나 소개에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떡하니 써놓고 있지만, 아무런 편견 없이 읽었을 때 그 소재가 맹렬히 다가오는 책은 아니다. 예를 들어 소설이 그리는 배경이 '여성만이 억압받는 사회'라면 또 모를까. 그보다는 여성이고 남성이고 신분 혹은 계급에 따라 철저히 도구화되어 수탈당하는 사회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어쨌든 재미있는가? 이다. 이 책의 숨은 가치나 출판 당시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흥미로움'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디스토피아적 사회에 순응하는, 순응할 수밖에 없는 여자가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그 전개가 꽤 단조로운 편이다. 다음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을지 궁금해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되는 소설이라기보단, 이 정도 했으면 다음 페이지에는 좀 더 드라마틱한 전개가 나올 거라는 생각에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이랄까. 디스토피아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나 주인공 내면의 흐름 면에서는 분명 잘 쓰인 작품이지만, 좀 더 독자를 매료시키는 구성이나 분량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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