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를 그저 흔히 말하듯 식빵 두 쪽 사이에 원하는 재료를 넣어 먹는 음식이라고 정의한다면, 내가 언제 처음 그런 음식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알다시피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라는 단어도 있듯이, 샌드위치의 핵심은 그저 양쪽에 짓누르는 식빵 두 쪽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풍성한 재료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가 먹은 샌드위치는 뭐랄까, 지금 내가 샌드위치를 말할 때 떠올리는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해봤자 빵 사이에 잼이나 땅콩버터 정도를 바른다거나, 혹은 샐러드보단 '사라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으깬 감자나 계란 등의 재료가 들어가는 게 전부였다. 물론 그만의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풍성한 한 끼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구석이 많았다.
지금에야 카페가 발에 챌 만큼 많고, 사람들도 커피 마시는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카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카페란 뭐랄까, 우리가 생각하는 친근한 개념이라기보단 '찻집'처럼 느껴졌고, 뭔가 제대로 여유를 부리는 사람만 향유하는 공간 같았다. 물론 어린 나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부모님과 카페 비스름한 공간을 간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앞으로 적어도 한 시간은 지루함에 몸부림쳐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날도 무슨 이유에선지 시간이 조금 남아 어머니는 카페로 나를 이끌었다. 식욕의 노예에 가까웠던 어린 나는 배고프다며 불만을 표했는데 그때 사주신 게 바로 카페에서 팔던 클럽 샌드위치였다.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던 시절도 아니라서, 찍어져 나오는 제품 형태의 샌드위치도 아니었고, 당일 직접 만든 티가 물씬 나는 신선한 샌드위치였다. 살짝 겉면이 구워진 빵 사이에 슬라이스 햄과 치즈, 토마토, 그리고 신선한 양상추.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햄, 치즈의 감칠맛과 풍성한 양상추의 식감이 감도는 훌륭한 샌드위치였다. 이런 샌드위치가 있다니.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빵을 끼워 먹는 요리의 최고는 햄버거나 피자라고 생각했던 나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맛이랄까.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이 속속들이 침투함에 따라 요즘은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형태도 다양해졌다. 바게트 사이에 베트남 특유의 채소와 고기를 끼워 넣은 반미 샌드위치도 있고, 빵 사이에 돈가스를 끼워 넣는 가츠산도도 있고, 베이글 사이에 연어를 끼워 넣는 뉴욕 스타일의 연어 베이글도 있어 나의 미식 생활을 즐겁게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그만큼 수준 이하의 샌드위치도 많아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때 그 충격적인 샌드위치를 떠올리며 말한다. 이건 진짜 샌드위치가 아니라고.
※ 본 글은 종종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깁고 더해질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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