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도서 리뷰] 파이 이야기

엘:) 2025. 12. 24. 16:57

파이 이야기

저자 얀 마텔
출판 작가정신
발행 2001.09.11
별점 ★★★

 


원작의 매력, 영화의 매력

 

  <파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간결한 이야기이다. 그저 삐쩍 마른 인도 소년이 조각만 한 배 안에서 호랑이와 생존하는 이야기다. 소설 원작 자체로도 유명한 <파이 이야기>가 영화화되어 평단의 찬사를 받고, 최근 연극으로 다시 대중의 앞에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연히 이야기가 그만큼 훌륭한 이유도 있겠지만,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어도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줄 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소설의 원작은 배를 타기 전까지 '파이'가 어떤 삶을 살았고, '파이'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보여준다. 영화는 그에 비해 '파이'가 어떤 바탕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지만, 배 위에서 리차드 파커와의 아슬아슬한 동거와 자연의 압도적인 경이를 스크린 속에 담아낸다는 점에서 눈을 즐겁게 한다. 


  물론 거부감도 있다. 독창적인 무언가를 창조해 내지 않고, 소위 '잘나가는 원작'에 기대어서 드라마화하고, 애니메이션화하고, 영화화하고, 뮤지컬화하는 건 적당한 성공을 보장받기 위한 반칙처럼 느껴지곤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위키드>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사회적 소설로 변모하고, 그 거친 내용의 <위키드>가 전혀 다른 내용의 뮤지컬 <위키드>로 완성되는 것을 보면, 마냥 이런 흐름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대중은 이런 매체 전환을 생각보다 꽤 즐긴다. 제작사는 이런 대중의 반응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다만 원작을 해치지 않고, 해당 매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