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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평론가 신형철, 르포작가 은유 추천 * 2022 오웰상 소설 부문 수상 * 킬리언 머피 주연·제작 영화화 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다산책방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가 전작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로,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2022저자클레어 키건출판다산책방출판일2023.11.27★★☆ 내겐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은 것   칼 앞에 선 듯 섬뜩한 순간이나, 일생일대의 고뇌에 직면하지 않아도 사람은 늘 크고 작은 사소한 고민에 빠진다. 특히나 주변을 ..

책/리뷰 2024.12.13

[도서 리뷰] 가재 걸음

가재걸음위트로 무장한 달변가이자 세계적 석학인 움베르토 에코의 『가재걸음』. 에코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기고했던 칼럼과, 학회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발표한 강연문 중에서 특히 정치와 대중 매체에 관련된 것들만 추려 엮은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가재걸음 치는 세계, 즉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역행하는 세계로 요약될 수 있다. 세상이 온통 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던 시기에, 에코는 오히려 2000년대가 보여 주는 불안한 현실을 포착해 낸다. 이 책에서 에코는 정치와 미디어 포퓰리즘이라는 두 개의 큰 줄기를 중심으로, 전쟁, 노출증, 교육, 과학, 법률, 다민족 사회, 생명, 음모론 등 수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

책/리뷰 2024.07.14

[도서 리뷰] 3부작

3부작『3부작』은 「잠 못 드는 사람들」과 「올라브의 꿈」 그리고 「해질 무렵」 세 편의 중편 연작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이 작품은 2015년 북유럽문학 최고의 영예인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3부작』은 세상에 머물 자리가 없는 연인과 그들 사이에 태어난 한 아기의 이야기이다. 욘 포세는 가난하고 비루한 그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소박하고 거룩한 사랑, 쓸쓸한 희망과 좌절, 사라지는 것들과 영원히 이어질 것들을 그의 특유의 문장에 담았다. 최소한의 인물과 대사, 현실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름답고도 서글프며, 신비하고도 섬찟하게 읽힌다. 단순한 이야기 구도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예술과 운명, 양심과 죄, 가족의 탄생과 소멸 등 삶의 굵직한 주제들이 퍼져 있..

책/리뷰 2024.06.01

[도서 리뷰] 만주 모던

만주 모던『만주 모던』은 만주를 매개로 한국 사회에 다가가는 하나의 독법이다. 저자는 약 20년간 이어진 60년대 한국 불도저 체제의 연원을 식민주의, 특히 해방 전 만주 경험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식민주의와 근대의 질긴 관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특히 친일 대 민족적 저항이라는 이분법이나 비극적 이산 등의 단순 화법을 넘어, 한국 사회의 인화성 주제인 식민주의와 대면해 객관적 평가를 시도한다. 만주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개척과 건설, 동원의 에토스는 5·16 이후 박정희를 위시한 만주 출신 인사들에 의해 모방, 변용되면서 한국의 고속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고 생산, 안보, 위생,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탈중심의 관점에서 이 책은 1930년대 부산에서 시작해, 만..

책/리뷰 2024.05.06

[도서 리뷰] 내가 행복한 이유

내가 행복한 이유“그렉 이건의 작품들은 실로 경탄스럽다.” - 테드 창(소설가) “장담컨대, 일단 펼쳐 들면 끝까지 놓지 못할 것이다.” - 김초엽(소설가) 동시대 SF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마스터피스 ‘작가들의 작가’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의 첫 책저자그렉 이건출판허블출판일2022.08.16★★★ 진보된 미래의 서늘함   그렉 이건은 테드 창과 더불어 현시대 SF 문학에서 유명한 작가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둘은 큰 차이가 있다. 테드 창은 좀 더 일반 대중이 흥미롭게 읽을만한 형태 혹은 매우 과학에 몰두한 형태를 넘나드는 느낌이라면, 그렉 이건은 과학적 정합성, 핍진성에 기본적으로 공을 들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쉽게 말해 일반 독자가 느끼기에는 '이걸 이렇게까지 설명한다고?'가 목구멍에 걸릴만한..

책/리뷰 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