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도서 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 2023. 12. 13. 21:15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의 바람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에요.”_룰루 밀러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질문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관계들”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 책이 놀라운 영감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해줄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계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물고기는(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에 관해 우리의 관념을 뒤집어엎으며 자유분방한 여정을 그려나간다. 사랑을 잃고 삶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데이비드 스탄 조던’을 우연히 알게 된 저자는 그가 혼돈에 맞서 싸우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매혹되어 그의 삶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저자 역시 이 세계에서 “혼돈이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의 시기의 문제”이며, 어느 누구도 이 진리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던의 이야기는 독자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끌며, 이윽고 엄청난 충격으로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룰루 밀러가 친밀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들려주는 이 책은 과학에 관한 고군분투이자 사랑과 상실, 혼돈에 관한 이야기다. 나아가 신념이 어떻게 우리를 지탱해주며, 동시에 그 신념이 어떻게 유해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 속 의문들을 하나하나 파헤쳐나가다 보면 독자 여러분도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더 깊고 더 특별한 인생의 비밀 한 가지와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
룰루 밀러
출판
곰출판
출판일
2021.12.17

★★☆


분류학과 우생학을 통해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에세이

 

  개인적인 감상일진 모르겠지만, 분류학은 꽤 따분한 학문이다. 실제로 그 학문이 따분하다기보단,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A 생물이 얼마나 계통학적으로 B 생물과 가까운지를 논하고, 이름도 형태도 너무나 낯선 생물을 무수한 갈래로 뻗어나가는 생명의 나무에 늘어놓는 일이 재밌어 보일까? '꼼장어가 사실은 장어보다는 인간과 계통학적으로 가깝다'는 이야기는 술안주 감으로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솔직히 그것보다 대중은 뇌과학과 관련된 심리적 담론이나, 무한한 우주의 신비에 대해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 자체가 꽤 놀라웠다. 과학 분야의 에세이가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그 소재가 분류학이라는 것에 한번 더 놀라고.

 

  왜 인기를 얻었는지 감이 올만큼 이 책은 (분류학을 소재로 한 책치고는) 매우 재미있었다. 루이 아가시로 시작하여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훑어 나가며, 분류학에서 우생학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그 안에 저자의 성장을 잘 담아낸 책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저자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매달리게 된 계기, 다시 말해 큰 '고난'이란 것이 갑자기 벼락처럼 떨어진 재앙이라기보단 본인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연인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눈이 돌아갔었다.) 나로서는 마치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구는 저자가 영 이해되질 않았다. 또한, 괜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책이 은유하는 바대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는 인간이었다 한들, 조던을 비롯한 그 당시 분류학에 몸담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무시되는 방향으로는 읽히지 않길 바란다. 과학은 늘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진 않지만, 끊임없는 의심과 검증을 통해 비틀거리며 결국에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학문이니까 말이다.

'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리뷰] 모순  (1) 2024.02.03
[도서 리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0) 2023.12.26
[도서 리뷰] 무진기행  (1) 2023.12.07
[도서 리뷰] 별의 계승자  (0) 2023.11.23
[도서 리뷰] 허삼관 매혈기  (0) 202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