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저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두 존재에 관한
몇십 년 전임에도 소름 돋을 만큼 현재를 잘 예측해 낸 SF 소설이 있는가 하면, 세부적인 면에서 '터무니없는 상상을 했구나' 싶은 작품도 있는 법이다. 본 작품은 후자에 속하지만, 그 아이디어나 줄거리 면에서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다. 안드로이드는 상대적으로 짧은 생애를 살았으므로 감정 이입 측면에서 인간과 차이가 난다든가, 감정 공유가 중심이 되는 종교의 등장이라든가, 하는 부분은 오히려 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최근의 SF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었다. 특히나 어디까지가 안드로이드고 어디까지가 인간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중반부가 매력적이었다.
다만 이게 굳이 필요한가 싶은 중간중간 모호한 에피소드와 논리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는 후반부 안드로이드들의 선택 같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후 여러 파생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기념비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으나, 이 시대에 읽히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다채롭고 논리적인 SF에 익숙하달까?
애매한 부분에 있어서 몇 가지 내 의견을 말해보자면, 일단 본 작품의 제목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보다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가 더 적합해 보인다. 앞선 제목은 자칫 안드로이드가 '전기양이 꾸는 꿈'을 꾸는가, 처럼 들릴 소지가 있어 보인다. 책의 내용상으로도 인간이 살아있는 양을 키우고 싶어 하듯이, 안드로이드도 전기양을 키우고 싶어 할까? 라는 물음이 적절하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책에서는 '안드로이드'로 영화에서는 '레플리칸트'로 나오는 개념이 애매할 수 있는데, 책에서의 안드로이드는 '분해해서 검사해 보지 않는 한 맨눈으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는 생체 인간 로봇' 정도로 쓰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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