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도서 리뷰] 모순

엘:) 2024. 2. 3. 13:29
 
모순
양귀자 소설의 힘을 보여준 베스트셀러 『모순』. 199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132쇄를 찍으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양장본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안진진을 통해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을 가족으로 둔 안진진.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부유하지만 지루한 삶에 지쳐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안진진은 사뭇 다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저자
양귀자
출판
쓰다
출판일
2013.04.01

★★☆


우리는 지루한 행복을 원할까? 

 

  지루하기에 짝이 없는 행복과 지루할 틈 없이 생동감 넘치는 불행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할까? 쌍둥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엄마와 이모, 그리고 눈에 선연히 보이는 본인의 앞길에 놓인 두 선택지 중 주인공은 무엇을 택하는지가 이 소설의 주요 골자이다. 극적이진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흥미로운 전개가 매력적이다. 20년은 지난 소설임에도 여태껏 대중에게 반복적으로 읽히는 이유가 이해가 간달까. (어떤 면에서는 <새의 선물>을 떠올리게도 하는 면도 있었다)

  다만 급박하게 서사가 결말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었다. 과연 이모가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 걸까? 물론 책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자연스럽다기보단 최종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야기를 위해 짜인 인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최종적인 그녀의 선택이 지금껏 쌓아온 여러 경험에 근거했다기보단 어떤 선택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당히 골라진 느낌을 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시선을 계속 따라왔었지만, 공감이 쉽지 않달까. (그게 아니라면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떳떳하지 못한 주인공의 핑계처럼도 읽힌다. 마치 자신의 선택을 다른 환경과 사건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