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된 미래의 서늘함
그렉 이건은 테드 창과 더불어 현시대 SF 문학에서 유명한 작가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둘은 큰 차이가 있다. 테드 창은 좀 더 일반 대중이 흥미롭게 읽을만한 형태 혹은 매우 과학에 몰두한 형태를 넘나드는 느낌이라면, 그렉 이건은 과학적 정합성, 핍진성에 기본적으로 공을 들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쉽게 말해 일반 독자가 느끼기에는 '이걸 이렇게까지 설명한다고?'가 목구멍에 걸릴만한 내용이다. 이러한 특성 탓인지 하나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흥미를 느끼는 정도도 꽤 천차만별이었는데, 특히나 인상 깊었던 단편 몇 편만 언급하고자 한다. 분명 한국에서 유행하는 SF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므로, 제대로 된 이공계의 문학을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적절한 사랑 Appropriate love>
분명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과정상에서 발생하는 알 수 없는 불쾌감과 이질감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타 SF와는 다르게 단순히 의료적 혁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보험과 연계하여 서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행복한 이유 Reasons to be cheerful>
행복을 신경생리학적 자극 중 하나로 단순히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이 의지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면 그것은 행복일까? 풀리지 않을 흥미로운 화두를 던지며, 뇌와 행복을 연결 지어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단편을 두세 개의 단편으로 쪼갤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 The moral virologist>
일반적인 '과학자'가 생각하는 과학적 논리에서는 아쉬운 면이 보이지만, 소재 면에서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근본주의적 믿음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동시에 그 믿음이란 것이 아주 간단히 뒤집힌다는 점에서 일종의 블랙 코미디 같달까?
<내가 되는 법 배우기 Learning to be me>
나는 어디까지 나인가? 는 멀리 가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개념이다. 이미 인간은 수많은 저장소를 자신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있다. (너의 전화번호를 기억해 뒀어가 아니라 너의 전화번호를 여기 핸드폰에 저장해 뒀어라고 말하듯이) 더 나아가 나라는 인격체까지 똑같이 데이터화하고 복제할 수 있다면, 복제된 그것은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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