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과, 시, 노래의 경계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부분은 문장이 마침표 없이 쉼표의 반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문학과 다른 구조이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끊어 읽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고, 마치 시나 가사처럼 같은 대사가 반복되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형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서사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무거운 피로에 젖어서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고, 과거의 기억이나 누군가의 영혼을 마주하기도 한다. 아마 이 작품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그 불편감을 뾰족이 드러내며 분석적으로 읽기보다는, 이것을 있는 그대로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일 것이다. 오히려 그러다 보면 가난하고 비루하지만, 그 안에서도 꿋꿋이 이어지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자연스레 읽을 수 있다. 마치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반짝이는 피오르를 실제로 마주하는 기분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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