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도서 리뷰] 만주 모던

엘:) 2024. 5. 6. 14:49
 
만주 모던
『만주 모던』은 만주를 매개로 한국 사회에 다가가는 하나의 독법이다. 저자는 약 20년간 이어진 60년대 한국 불도저 체제의 연원을 식민주의, 특히 해방 전 만주 경험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식민주의와 근대의 질긴 관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특히 친일 대 민족적 저항이라는 이분법이나 비극적 이산 등의 단순 화법을 넘어, 한국 사회의 인화성 주제인 식민주의와 대면해 객관적 평가를 시도한다. 만주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개척과 건설, 동원의 에토스는 5·16 이후 박정희를 위시한 만주 출신 인사들에 의해 모방, 변용되면서 한국의 고속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고 생산, 안보, 위생,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탈중심의 관점에서 이 책은 1930년대 부산에서 시작해, 만주행 엑소더스를 따라 펑톈, 하얼빈, 옌벤 등지로 갔다가 해방 후 한국으로 귀환하는 기행 형식을 통해 재건체제 형성의 역사를 추적한다.
저자
한석정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6.03.25

★★☆


 

한국 개발 체제에 관한 새로운 접근

 

  해방과 전쟁 후 한국이 단시간에 이룩한 개발 체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대답이 있었다. 알다시피 하나의 국가란 통제된 플라스크 속에서 키워지는 것이 아니므로, 'A의 원인은 오직 B이다.'라는 대답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올바른 정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치적 입장, 식민 지배에 관한 감정 등이 얽히기 쉬운 주제이기도 하다. 짧게 말하자면 이 책은 이러한 개발 체제의 뿌리는 1930년대 존재했던 만주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60년대 당시 여러 중책을 맡았던 인물들이 만주국에서 경험을 쌓았던 인물이며, 그 발전 양상이 만주국의 아이디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만주국이 남한과 북한을 포함하여 여러 동아시아 국가의 건설 및 발전에 일정 부분 아이디어 혹은 모티프를 제공했을 순 있겠으나, 그 핵심적인 요인이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만주국이 몇십 년간 존속했던 국가라면 모를까, 실상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진 괴뢰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현대 발전과 현대의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여러 요소 중 하나를 조명했다는 점만으로도 꽤 흥미로운 책이다.

  사실상 논문에 가까울 만큼 역사적 기록을 나열하므로, 일반적인 교양서와 달리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크고 작은 근현대사의 여러 이벤트를 잘 모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논문에 가깝다고 말한 만큼 저자의 주관이나 어떠한 정치적 견해가 노골적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 다만 주로 두드러지게 조명하는 부분과 애써 강조하지 않는 세부 사항을 고려했을 때 분명 누군가에겐 썩 달갑지 않게 읽힐 수 있겠으나, 본인이 그러한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읽어나간다면 큰 무리는 없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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