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개발 체제에 관한 새로운 접근
해방과 전쟁 후 한국이 단시간에 이룩한 개발 체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대답이 있었다. 알다시피 하나의 국가란 통제된 플라스크 속에서 키워지는 것이 아니므로, 'A의 원인은 오직 B이다.'라는 대답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올바른 정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치적 입장, 식민 지배에 관한 감정 등이 얽히기 쉬운 주제이기도 하다. 짧게 말하자면 이 책은 이러한 개발 체제의 뿌리는 1930년대 존재했던 만주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60년대 당시 여러 중책을 맡았던 인물들이 만주국에서 경험을 쌓았던 인물이며, 그 발전 양상이 만주국의 아이디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만주국이 남한과 북한을 포함하여 여러 동아시아 국가의 건설 및 발전에 일정 부분 아이디어 혹은 모티프를 제공했을 순 있겠으나, 그 핵심적인 요인이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만주국이 몇십 년간 존속했던 국가라면 모를까, 실상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진 괴뢰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현대 발전과 현대의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여러 요소 중 하나를 조명했다는 점만으로도 꽤 흥미로운 책이다.
사실상 논문에 가까울 만큼 역사적 기록을 나열하므로, 일반적인 교양서와 달리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크고 작은 근현대사의 여러 이벤트를 잘 모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논문에 가깝다고 말한 만큼 저자의 주관이나 어떠한 정치적 견해가 노골적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 다만 주로 두드러지게 조명하는 부분과 애써 강조하지 않는 세부 사항을 고려했을 때 분명 누군가에겐 썩 달갑지 않게 읽힐 수 있겠으나, 본인이 그러한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읽어나간다면 큰 무리는 없을 책이다.
'책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리뷰] 가재 걸음 (0) | 2024.07.14 |
---|---|
[도서 리뷰] 3부작 (0) | 2024.06.01 |
[도서 리뷰] 내가 행복한 이유 (0) | 2024.03.18 |
[도서 리뷰] 호밀밭의 파수꾼 (0) | 2024.03.15 |
[도서 리뷰] 모순 (1) | 2024.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