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 번쯤은 홀든 콜필드였다
감정을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디에도 진득이 소속되지 못한 채 세상을 거부하는 홀든은 언뜻 보면 평범한 반항 청소년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그 치기 어린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리지만,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차츰 그가 유별난 불량아는 아님을 이해하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누구나 과거에 한 번쯤은 홀든 같이 굴었던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다가 남자답지 못하게 눈물을 흘리는 순간, 남들은 전혀 이해 못 할 특이한 요소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순간, 지독하게 외로움 때문에 되지도 않는 허세라도 부리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순간 말이다.
청소년기를 겪으며 그런 방황하는 감정과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름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할 때쯤, 우리는 어른이 된다. 하지만 결국 그 과도기를 거부하고 호밀밭의 파수꾼 혹은 귀머거리에 벙어리 행세를 하고 싶었던 홀든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을까?
금서로 지정된 바 있다는 사실, 역대 유명한 살인자가 즐겨 봤다는 음모론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등등. 읽기 전부터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를 연발하게 만든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자극적인 내용도 아니었고 어떤 면에서는 따뜻하게까지 느껴져 흥미로웠다. 보는 이에 따라 극과 극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작품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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